‘죽은 땅을 살리는 농사 이야기 산들야채

에쎈 2014년 9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옮깁니다. 네이버캐스트에도 실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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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무농약 재배, 로컬푸드 운동 등 더 나은 먹거리를 향한 열정이 농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나아가 농사의 결실물보다 땅을 먼저 생각하는 농법이 있다. 오염된 땅을 미생물농법으로 다시 살려낸 뒤 자연농법으로 농사짓는 ‘산들야채’를 찾았다.

‘남조류’로 하나의 우주, 생물토양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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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류(Cyanobacteria)는 35억 년 전, 지구에서 처음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공급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최초의 생명체다. 미생물인 남조류는 강을 녹색으로 오염시키는 ‘유해 물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여전히 광합성을 해내는 1차 생산자로서 생태계 먹이사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 남조류가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등 언뜻 보기에는 사막같이 황폐해 아무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황무지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것이 바로 남조류가 ‘생물토양(Biological Soil)’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물토양이란 말 그대로 ‘살아있는’ 토양. 젖은 남조류가 흙 속으로 파고들어 길고 끈끈한 섬유질을 만들고 그 섬유질에 모래알이 달라붙어 땅속은 작은 구멍으로 가득 찬, 마치 스펀지 같은 정교한 구조를 이룬다. 이 모래 구조물의 구멍마다 이끼류, 지의류, 균류가 살게 되는데 이 생물 토양층이 물, 바람 등 외부에 의한 침식을 막아주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제공한다.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해 식물이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돕고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산들야채에서는 바로 이 남조류를 활용해 ‘죽은 땅을 살리는’ 일을 한다. 남조류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본래 생물 토양이 만들어지는 데는 수백에서 수천 년이 걸리는 데에다 사람이 한 번 밟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이를 농업에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산들야채에서 남조류를 인공으로 대량 배양하는 데 성공해 쉽게 ‘생물 토양’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추에는 상추 맛이, 겨자 잎에서는 겨자 맛이 난다.

어른들이 채소나 과일을 먹다 ‘예전 그 맛이 안 난다’는 말을 종종 한다. 분명히 ‘때깔’은 더 좋아졌는데 저마다 지닌 특유의 향이 덜하다는 것. 이는 상품성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이미 영양이 빠져나간 땅을 혹사하면서 각종 화학비료 등을 사용해 몸만 키웠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마치 ‘얇은 뼈에 근육도 없고 지방만 불린 몸’이라 할 수 있다.

산들야채의 작물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남조류로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땅에서 옹골차게 자라나 ‘예전 그 맛’을 낸다. 토양의 영양을 듬뿍 받아 속이 꽉 차 조직이 탄탄한 것은 물론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것. 잎맥이 두꺼워 씹는 맛이 있고 고소하면서도 싱그러운 향을 내는 담배상추, 쌉싸름한 맛에 살짝 단맛이 느껴지는 적로메인, 코가 뻥 뚫릴 정도로 매운 향이 강한 청겨자까지 우리가 ‘쌈 채소’라 뭉뚱그려 일컫는 것들이 사실은 서로 다른 채소임을 입으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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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야채’에서 하는 주된 일은 산들농법을 알리는 것인가, 산들 농작물을 알리는 것인가?
‘토양을 살리는 일, 후손을 살리는 길’이 우리 신조이듯, 농민들을 상대로 남조류가 들어간 초록물과 산들비료로 땅을 살린 뒤 농사를 짓는 산들농법을 알리는 것이 주목표다. 하지만 농민들이 새로운 농법을 시도하는 것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무작정 알리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작게나마 농사지어 그 농작물을 보여주며 효과를 알리려 하고 있다.

산들농법이 유기농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땅을 생각하는가’이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도 땅은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를 잃게 되어 있다. 게다가 적정 생산량을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땅에서 작물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땅이 과로를 한다. 산들농법은 작물이 유기농이냐 아니냐보다 ‘땅이 건강한가 아닌가’를 생각한다. 또 최근 논란이 되는 것처럼 ‘유기농 인증 마크’를 붙인 농작물의 품질도 천차만별이다. 물론 좋은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산들농법으로 농사지은 작물이라면 제맛과 영양을 낸다고 확신한다.

남조류가 생성하는 ‘생물 토양’이 그렇게 좋다면 산들야채 이전에 왜 다른 곳에서 시도하지 않았을까?
남조류 자체를 인공으로 배양하는 기술이 없었거나 또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산들농법과 비슷한 사례로는 일본의 ‘피롤 농법’이 있다. 일본 후쿠이 현은 쌀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그 지역의 농업시험장에 근무하던 쿠로다 박사가 그 원인을 분석하다가 다른 토양보다 남조류가 많은 것을 발견하고 만든 농법이다. 다만 남조류 자체를 배양해 토양에 뿌리는 산들농법과 달리 남조류 증식을 촉진하는 성분을 토양에 뿌려 남조류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력 대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산들농법을 써서 성공한 농장이 또 있는가?
올봄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는 농민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딸기 수확량이 적다며 찾아왔다. 땅을 보니 황폐하리 만큼 영양이 빈 상태여서 산들농법을 추천하고 땅이 살아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과연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뛴 것은 물론 단단하고 향이 진한 딸기가 생산되었다. 산들야채에서도 일정량을 받아 온라인 판매를 했는데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농민이 우리가 판매하는 ‘초록물’이나 ‘산들비료’로 농사짓고 성공을 해도 그 사실을 쉬쉬한다는 사실이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농사를 성공시켰다’는 것은 굉장히 큰 프라이드이기 때문에 우리 농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히기 싫어한다.

스크린샷-2016-02-29-오후-12.13.45 그래서 젊은 층이 많은 트위터 등 SNS를 공략해 홍보하기 된 것인가?
그렇다. 일단 ‘산들 작물’의 우수성을 먼저 알리면 ‘산들농법’도 알려지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홍보 방편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고 호기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우리 작물을 먼저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산량 자체도 많지 않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작게 홍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고 이제 꽤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매번 작물을 수확해 판매한다고 공지할 때마다 금방 동난다. 이렇게 우리가 주도해서 ‘산들야채’의 소비자층을 만들면 농가들도 움직이지 않을까?

산들야채에서 직접 키우는 농작물뿐 아니라 산들농법을 사용하는 곳이라면 다른 농가에서 키우는 농작물까지 ‘산들야채’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유기농 마크처럼 ‘산들 농작물’을 브랜드화하고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는 것, 돈을 더 벌기 위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만의 브랜드 가치가 없다면 결국 모두 다 같은 유기농 마크를 달고 나가 대형 유통망에서도 다른 작물과 같은 취급을 받고 소비자들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산들농법으로 키운 채소는 어떻게 다른가?
일단 각각 ‘본래의 맛’이 난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상추에서는 상추 맛이, 겨자 잎에서는 겨자 맛이 난다. 겨자 잎은 너무 매워 호불호가 갈릴 정도다. 거기에 땅이 건강하니 조직이 치밀하다. 얼마나 치밀하냐면 수확한 뒤 3주가 지나도 빳빳하고 싱싱한 상태를 유지한다. 겉보기에는 시들해 보이는 것도 찬물에 담가두면 금세 싱싱해진다. 어떤 이들은 이런 생명력을 무섭다고까지 한다. 그야말로 ‘채소=생명’임을 느끼게 한다.

농작물 외에 오리알 초란을 판매한다. 이 오리는 어떻게 키운 것인가?
산들야채에서는 축산 쪽의 악취를 미생물로 분해해 없애는 ‘콜청’이라는 제품도 개발, 생산 중이다. 가축 축사의 악취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르캅탄 등 유독가스가 그 원인인데 그저 냄새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축 건강에도 유해하다. 그것들을 미생물로 분해해 축사 환경을 개선하면 가축들의 면역력이 높아진다. 또 남조류가 들어간 초록물은 토양을 복원하는 데 사용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영양이 높아 가축에게 영양제처럼 먹이기도 한다.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는 ‘스피룰리나’도 남조류의 일종인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초록물을 먹인 가축이 생산하는 알이나 육류는 잡내가 없고 맛이 좋다. 꿀벌에게 먹이는 양봉업체도 있는데 실제로 꿀의 생산량과 질이 좋아졌다고 한다. 앞으로는 ‘산들’ 브랜드를 붙인 축산 제품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홈페이지나 트위터에 공지를 올리자마자 금방 수량이 동나곤 한다. 아직 수요에 공급을 맞추지 못하는 셈이다.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
우리가 생산량을 높이기보다는 다른 농가들과 연계해 더 다양한 품종, 안정된 수량의 작물을 공급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기존 농업의 보수성, 특정 제품에 한해 지급하는 국가보조금 문제 등으로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일단은 산들야채의 브랜드 가치가 확실해질 때까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꾸려나갈 계획이다. 많은 고객이 더 주문하고 싶은데 수량이 없다면서 성화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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